일대일로 그 후, 참여국들이 하나둘 중국을 떠나는 이유

시작하며

에콰도르의 소송 사례 이후,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다른 나라들도 하나둘씩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부채 위기를 고려해 전략을 바꾸고 있으며, 세계 외교 지형도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1. 참여국들의 반응이 확 달라졌다

중국이 주도한 인프라 사업에 실망한 국가들이, 조용히 또는 공개적으로 '이탈'을 선언하고 있다.

(1)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은 이미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말레이시아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중국과 체결한 철도 사업 계약을 전면 재검토했다. 국가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이후 사업 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조건도 변경됐다.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함께 추진한 경제회랑 프로젝트는 내부 테러, 인력 문제,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상당수 구간이 멈춰섰다. 일부는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나 역시 이 프로젝트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초기 홍보 자료만 보면 ‘성공 확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유지비와 부채 부담이 드러나자, 속도 조절이 아니라 ‘급정지’가 되는 사례가 늘었다.

 

(2) 미얀마와 스리랑카도 본격적으로 거리 두기 시작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국제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도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스리랑카는 항만과 공항을 중국 자금으로 개발했지만, 결국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산 일부를 임대 형식으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함정대출을 했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크게 일었다.

이처럼 참여국들이 ‘일대일로’라는 이름에 기대를 품었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이게 우리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건가’라는 물음이 현실이 되고 있다.

 

2. 중국도 조용히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일대일로로 얻은 건 영향력보다 부정적 이미지였고, 중국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1) 대규모 투자에서 소규모 수익형으로 전환 중

이전에는 국가 단위의 철도, 발전소, 항만 건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도시 전력망, 통신 인프라처럼 작고 빠르게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스마트시티’,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인프라 투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내가 분석한 최근 사례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소형 발전망 구축 사업이었다. 전에는 수천억 규모의 댐 건설이 논의됐다면, 지금은 ‘지역 전력망 최적화’ 같은 100억 이하의 사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사업 규모는 줄었지만, 실패 위험도 줄이는 방식이다.

 

(2) 채무 탕감보다 ‘재협상’을 선호한다

중국은 참여국들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도 ‘탕감’보다는 ‘기한 연장’, ‘금리 조정’ 등으로 해결하려 한다. 내부 금융 시스템 부담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일괄 탕감할 경우, 국책은행의 재무제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키스탄,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이런 형태로 재협상을 요청했고, 중국은 부분 수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겉으로는 지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실채권 정리’에 가까운 행보다.

 

3. 일대일로라는 이름도 바뀔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일대일로’라는 브랜드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인식하고 있다.

(1) 새 이름: 글로벌 발전 구상?

2025년 들어 중국은 기존의 일대일로 대신 ‘글로벌 발전 구상(Global Development Initiative)’이라는 표현을 점점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실패 이미지를 덮고 새 출발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국내외 모두에게 ‘우리는 계속 전진 중’이라는 신호를 주려는 시도다. 나도 실제로 몇몇 중국 외교 행사 자료에서 이 표현을 공식명처럼 다루는 것을 확인했다.

 

4. 세계 외교의 무게 중심도 이동 중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흔들리자, 그 자리를 노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 서방은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대응 중

G7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직접 자금과 기술을 투입해 인프라 시장에 다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내가 참여한 세미나에서도 이 흐름이 언급됐다. 특히 아프리카나 중남미 쪽은 아직도 기반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많기 때문에, 서방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공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2) 중형국가들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같은 국가들이 중국과 서방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어느 한쪽에 종속되기보다, 양쪽의 조건을 비교하고 더 나은 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외교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단지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기술력, 생산 인프라, 정치 안정성 등이 모두 결합된 ‘복합적 매력’ 때문이다. 지금은 대국이 주는 돈보다, 어디와 협력하면 지속 가능성이 높은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마치며

일대일로는 한때 중국의 세계 패권 전략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그 후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에콰도르 사례는 단지 하나의 소송이 아니라,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갖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참여국들의 이탈, 중국의 대응 변화, 글로벌 외교 재편은 모두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나 역시 이제는 이 사업을 ‘중국의 확장’이 아니라, 국제 질서가 어떻게 다시 설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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