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언한 대만, 왜 다시 원전 재가동을 말하나
시작하며
2025년, 대만은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를 끝으로 '탈원전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전력 요금 상승과 산업 전력 불안정 문제 속에서, 국민 다수는 다시 원전 재가동을 바라고 있다. 왜 탈원전을 선택했던 대만이 다시 원전을 말하게 되었을까?
1. 대만도 한때는 '원전 강국'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의 탈원전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역사·정치적 선택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대만과 한국의 발전 구조가 닮았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1970~80년대 대만은 오일쇼크 충격 이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전을 적극 도입했다.
- 1977년 진산 원전 가동
- 1985년까지 총 6기의 원전 완공
- 당시 원전 의존율 51.6% (전력 절반 이상)
당시 대만도 우리처럼 자원 빈국이었다. 땅 파면 아무것도 안 나오는 나라. 그래서 석유·석탄·LNG 전부 수입에 의존해야 했고, 안정적 전력 확보는 국가 생존 문제였다.
중국 고전 『관자』에는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이 서고, 식량이 넉넉해야 도리를 논한다’는 말이 있다. 대만의 원전 도입은 국가 생존 기반을 다지기 위한 ‘기본 먹거리’ 확보였다.
2. 탈원전, 그 시작은 ‘정치’였다
원전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갈등의 뿌리는 ‘신뢰’와 ‘민심’에 있었다.
(1) 섬 지역 폐기물 사건으로 민심 분노
1980년대 중반, 대만 정부는 난초섬이라는 외딴 섬에 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비밀리에 건설했다.
이곳은 대만 원주민 거주지였고, 정부는 그들에게 아무 설명 없이 시설을 밀어붙였다. 1987년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원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졌다.
(2) 후쿠시마 사고 이후 본격 반원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대만 사회를 강하게 흔들었다. 나도 그 시기 대만 뉴스를 관심 있게 봤는데, 거리 시위가 매주 열릴 정도였다.
대만 역시 ‘불의 고리’에 위치한 지진 다발 국가다. 대만 국민들에게 원전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재앙의 뇌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3) ‘핵 없는 조국’이라는 정치 구호
2016년 대선에서 집권한 민진당은 ‘핵 없는 조국(核無家園)’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전기 사업법을 개정해, 원전은 설계 수명 40년 종료 시 반드시 폐쇄되도록 만들었다.
- 원전 수명 연장 금지
- 신규 건설 금지
- 2025년 완전 탈원전 선언
민주화 이후 대만 정치권은 에너지 문제를 국민 여론과 정당 경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그 결과가 ‘탈원전’이었다.
이 시기를 보면, 고전 『맹자』에 나오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국민 여론이 우선이었고, 정책도 여기에 맞춰 움직였다.
3. 그럼 전기는 어떻게 확보했을까?
그렇다면 원전을 닫은 대만은 전기를 어떻게 메우고 있을까?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 탈원전 이후 대만의 전력 구조 변화 (2023년 기준)
| 전력원 | 비중(%) | 주요 특징 |
|---|---|---|
| 천연가스 | 42.4 | 대부분 미국·호주 수입 |
| 석탄 | 39.3 | 주로 인도네시아·호주 수입 |
| 재생에너지 | 8.6 | 주로 태양광과 해상풍력 |
| 원자력 | 6.3 | 2025년 폐쇄로 0% 예정 |
결국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만은 완전한 섬나라라,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을 수입할 수도 없다.
📑 LNG 비축일수는 11일
가장 놀라웠던 건 대만의 비축 구조였다. 천연가스는 단 11일치, 석탄은 약 39일치에 불과하다.
즉, 바닷길이 막히면 대만은 단 2주도 못 버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안보’라는 키워드가 정책 논의 중심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4. 반도체 산업과 전력: 대만이 직면한 진짜 문제
대만을 대표하는 산업은 반도체다. 그중에서도 TSMC는 세계 최고의 위탁 생산 기업이다.
📑 문제는 이 산업이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것
- 2021년 기준, TSMC가 대만 전체 전력의 7.2% 사용
- 2025년 기준, 12.5%까지 증가 예상
특히 3나노 이하 선단공정에서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는데, 이 장비 하나가 기존 장비보다 10배 이상 전기를 먹는다.
즉, 대만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질 좋게 공급하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 자체가 위험해진다.
고전 『한비자』에서는 “국가는 실리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TSMC라는 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면, 원전 문제도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다.
5. 해상풍력으로 대체하면 충분할까?
대만 정부는 원전의 대안으로 해상 풍력과 태양광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 요약
| 항목 | 목표치 | 도입 방식 |
|---|---|---|
| 해상풍력 | 2035년 20GW 설치 | 외국 기업 유치 |
| 태양광 발전 | 2050년 80GW 목표 | 민간 건설 장려 |
| 탄소중립 목표 | 2050년 | R200, 탄소권거래 포함 |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한계는 ‘간헐성’과 낮은 가동률’이다.
- 해상풍력 평균 가동률: 30% 수준
- 태양광은 야간 발전 불가
즉, 원전 1기를 대체하려면 풍력 3기 이상, 태양광은 5기 이상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설비비용과 전기요금 인상을 부르기 마련이다.
6. 그래서 국민들은 ‘재가동’을 원했다
2025년 5월, 대만 최후의 원전이 폐쇄됐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 산업계: 전력 품질과 요금 문제로 어려움
-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 체감
- 정부: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 전력 예비율 하락
- 국민 여론: 재가동 찬성 74% (2025년 국민투표 중 개표 기준)
📑 왜 국민들은 재가동을 바랐을까?
- 체감되는 전기요금 인상: 2024년 3월 평균 전기요금 11% 인상, 산업용은 25%까지 인상
- 정전·공급 불안 우려: 여름철 피크 전력 부족, 재생에너지 공급 불안정
- 국민투표 부결, 하지만 찬성은 압도적: 투표율은 22%로 부결됐지만, 74%가 찬성표를 던짐
마치며
나는 대만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도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느꼈다. 이상은 중요하지만, 그 이상이 현실과 충돌할 때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에너지는 철학이 아니라 생존이다.
대만이 원전 재가동을 다시 논의하게 된 것도, 결국은 국가 산업과 국민의 삶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고대 유교에서는 ‘도(道)’는 현실에 뿌리 내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 대만은 다시 그 ‘현실’ 앞에 서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당장 전력은 부족하고, 재생에너지는 아직 멀었다. 그럴 때 ‘원전’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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