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보다 찬밥이었던 추석, 고려시대 명절 위계가 달랐다
시작하며
고려시대에도 추석은 중요한 명절이었지만, 연휴는 단 하루뿐이었다. 설날은 7일이나 쉬었는데 왜 추석은 이렇게 짧았을까? 실제로는 제사, 달맞이, 성묘 등도 있었지만 설보다 위상은 낮았던 이유를 명절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 고려시대엔 추석이 어떤 명절이었을까?
명절마다 쉬는 날 수부터 달랐다. 설날은 7일, 추석은 고작 하루. 이 차이에서 고려시대 명절의 ‘서열’을 엿볼 수 있다.
(1) 연휴 일수로 본 명절의 위상
고려사 형법지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명절에는 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어떤 날이 ‘명절’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총 9개의 명절이 기록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설날(원정일)에는 무려 7일간의 공휴일이 주어진 반면, 추석은 딱 하루였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설날이 추석보다 훨씬 중요한 명절이었다.
(2) 고려의 명절 아홉 가지는 무엇이었나?
🎯 고려시대에 명절로 여겨졌던 날은?
| 명절 이름 | 날짜 (음력 기준) | 의미 및 행사 |
|---|---|---|
| 설날(원정) | 1월 1일 | 새해맞이, 조상 제사, 7일 연휴 |
| 상원 | 1월 15일 | 정월 대보름, 풍농 기원, 액막이 |
| 한식 | 3월 초 | 성묘, 조상 제사 |
| 삼짇날 | 3월 3일 | 봄맞이 명절, 유흥, 모시 옷 준비 |
| 단오 | 5월 5일 | 창포 머리감기, 격구, 액막이 |
| 중구 | 9월 9일 | 고유명절, 양기 강조, 산행 |
| 동지 | 11월 말~12월 초 | 작은 설, 낮이 길어지는 전환점 |
| 팔관회 | 11월 15일 | 국가 제례 행사, 산천 제사, 불교 의례 |
| 추석 | 8월 15일 | 제사, 성묘, 달맞이, 휴일은 하루뿐 |
9개의 명절 중 추석은 마지막, 그리고 연휴도 가장 짧았다.
2. 추석에 뭐했을까? 고려시대 사람들의 실제 모습
제사도 하고, 달도 보고, 시도 지었다. 오늘날과 비슷하지만 제사 문화는 지역마다 달랐다.
(1) 왕실에서는 제사를 지냈다
추석 당일, 고려 왕실은 경영전에서 ‘대사(大祀)’라는 제사를 올렸다. 이곳은 태조 왕건과 국왕 친족들의 초상화를 모신 곳으로, 추석 외에도 설날, 중구 등 총 4번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왕실 제사는 공식 일정이었지만, 민간은 달랐다.
(2) 민간에선 성묘와 제사, 지역 따라 달라졌다
중국 송나라 사신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는 정월 1일과 5월 5일에 조상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여기에 추석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료에는 추석에 성묘를 나갔다는 기록도 있어, 추석 제사는 지역이나 가문에 따라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내 느낌으론, 고려 후기로 갈수록 추석 성묘 문화가 널리 퍼졌던 것 같다.
(3) 달맞이는 고려도 했을까?
달맞이, 즉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은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달을 보며 감탄하고, 유명 시인의 시를 읊기도 했으며, 직접 시를 짓기도 했다. 특히 이규보는 8월 15일 밤에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달을 노래했다.
3. 고려의 달맞이, 지금과 뭐가 달랐을까?
그 시절 달맞이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문화 활동’이었다.
(1) 이규보가 보여준 달맞이의 격
이규보는 보름달을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이런 때를 놓치면 다시 보기 어려워. 오늘 달은 꼭 봐야 해.”
“먼저 자는 자에게 벌이 있을 것이다. 술 마시며 달 감상해야 한다.”
달을 보고 단순히 감탄하는 게 아니라, 시와 술로 감정과 문화적 감각을 풀어낸 것이다.
🎯 추석 보름달은 왜 유난히 커 보일까?
| 구분 | 설명 |
|---|---|
| 실제 거리 차이 | 달과 지구 거리 차이로 직경이 11.6% 차이 나기도 함 |
| 추석 달의 위치 | 추석이 항상 근지점은 아님 (가장 가까운 달은 1월~3월에 더 자주 옴) |
| 시각적 효과 | 가을의 맑은 공기 + 낮은 습도 + 심리적 기대감 때문에 더 커 보임 |
실제로 가장 큰 달은 아닐 수 있어도, 가장 예쁘게 보이는 건 맞다.
4. 지금 추석과 뭐가 다를까? 고려와 비교해보니
지금처럼 대이동은 없었지만, 달을 보며 시를 쓰고 감탄하던 감성은 더 짙었다.
🎯 지금과 다른 고려시대 추석의 풍경
| 항목 | 고려시대 | 현재 |
|---|---|---|
| 연휴 기간 | 딱 하루 | 최소 3일, 많게는 5일 |
| 제사 문화 | 왕실 중심, 민간은 지역차 있음 | 대체로 성묘, 제사 일반화 |
| 달맞이 문화 | 시 짓고 술 마시며 문화 활동 | 가족과 달보며 이야기, 차례 지냄 |
| 대표 음식 | 명확한 기록은 없음, 송편 추정 | 송편, 갈비찜, 전 등 풍성한 한 상 |
| 분위기 | 휴일 짧고, 설날보다 비중 작음 | 가족 단위의 최대 명절 중 하나 |
마치며
고려시대엔 추석이 지금만큼 큰 명절은 아니었다. 하루만 쉬는 명절이었고, 설날보다 위상도 낮았다. 하지만 달을 보며 시를 읊고, 조상을 기리고, 소원을 빌던 하루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짙었는지도 모르겠다.
긴 연휴가 아니더라도, 추석은 마음을 나누는 명절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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