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 정치부터 왕권 논쟁까지, 조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 꼬였을까

요즘 역사 이야기를 보다 보면 묘한 공기가 느껴진다.
조선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한숨부터 쉬고, 뭔가 잘못된 나라였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왕은 무능했고, 신하는 싸움만 했고, 백성은 늘 착취당했다는 식이다. 그렇게 단정하고 나면 설명은 쉬워진다. 문제는 그 설명이 너무 단순해진다는 데 있다.

 

조선을 비판하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비판이 설명이 되지 못하고 감정이 되는 순간, 그건 역사에서 멀어진다. 특히 ‘식민사학’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생각은 멈추고 도장부터 찍어버리는 분위기가 생긴다. 이게 과연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싶다.

 

처음엔 나도 ‘조선은 신하의 나라였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학교에서 배운 기억도 그렇고, 드라마나 책에서도 워낙 많이 나온 이야기다. 왕은 허수아비고, 실권은 재상이 쥐고 있었으며, 붕당 정치 때문에 나라가 굴러가지 않았다는 그림. 그런데 이걸 조금만 차분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많다.

 

조선은 기본적으로 매우 강한 중앙집권 국가였다. 고려보다도 더 강했다. 지방에서 군사력을 키워 중앙을 위협하는 구조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다이묘 체제나 유럽 봉건제처럼 지역 권력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그런데도 일본식 역사 틀을 그대로 가져와 조선에 덮어씌우다 보니, 왕권과 신권을 대립 구도로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왕권이 강하면 신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하면 왕권이 약하다는 이분법 자체가 조선에는 잘 맞지 않는다. 시스템을 봐야 하는데, 사람들은 구조보다 이미 익숙한 설명을 버리기 싫어한다. 그게 한번 굳어지면 “그건 식민사학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버린다.

 

붕당 정치라는 말이 왜 이렇게 쉽게 오해됐을까

조선 정치의 상징처럼 쓰이는 단어가 붕당 정치다. 하지만 ‘서로 싸웠다’는 사실만 떼어놓고 보면, 그게 과연 조선만의 특징이었을까 싶다. 정치라는 게 원래 싸움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현대 정당사를 떠올려봐도 내부 파벌 없는 정당을 찾기 어렵다.

 

중요한 건 싸웠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두고 싸웠느냐다.
먹을 게 부족해서 싸우는 갈등과, 제도가 복잡해서 생기는 갈등은 전혀 다르다. 이걸 구분하지 않고 “쟤네는 원래 싸움질만 하던 나라”라고 말해버리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다. 설명은 간단해지지만, 이해는 사라진다.

 

조선의 붕당 정치도 마찬가지다. 인사권, 정책 노선, 학문적 해석 같은 문제들이 얽혀 있었다. 그걸 다 걷어내고 ‘싸움’만 남기면, 조선은 이상한 나라가 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만든 그림에 가깝다.

 

역사는 미워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조선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태도가 있다. 하나는 무조건 깎아내리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무조건 감싸는 쪽이다. 둘 다 위험하다. 역사는 미화해도 안 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도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조선 500년의 구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흔적을 남겼다. 중앙집권, 문치 중심, 장기간의 안정. 그게 모두 옳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결과만 놓고 “그래서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해버리면, 분석은 거기서 끝난다. 원인과 과정이 사라진 자리에 감정만 남는다.

 

식민지 시기에는 한국 역사를 정체된 역사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틀 속에서 조선은 늘 실패 사례로 설명됐다. 문제는 그 프레임을 벗어난 이후에도, 우리가 그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욕하는 방향만 바뀌었을 뿐, 사고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 대중화가 오히려 역사를 감정적으로 만들 때

역사 이야기가 쉬워진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쉬워진 역사에는 유혹도 있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기보다, 선악 구도로 정리하는 게 훨씬 편하다. 조선은 착취의 나라였고, 백성은 늘 불쌍했고, 지배층은 한결같이 나빴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이렇게 가면 토론은 사라지고 재단만 남는다.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건 조선을 변호하는 거다”라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설명과 변호는 다르다. 원인을 따지는 건 변명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과거를 어떻게 써먹느냐가 아니다

역사를 보는 이유는 과거를 욕하거나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조선을 통째로 부정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회가 자동으로 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조선을 이상화한다고 해서 문제의 해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돌아보면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조선을 까기 전에, 우리가 어떤 틀로 조선을 보고 있는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식민사학이라는 말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지만, 결국 그 길이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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